광주에는 다른 도시에서 보기 힘든 기다란 공원이 있다. 이름하여 푸른길공원이다. 광주에서 순천 방면으로 가던 경전선 철도 일부 노선이 폐지되면서 광주역에서 남광주역을 지나 진월동 구간까지이다. 이곳이 공원으로 바뀌면서 갖가지 환경정비가 이루어졌다.

진월동 빅마트 뒷편 참여의 숲에 청로정이라는 정자 앞에는 공연 등을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 마련되었다. 무대 배경이 되는 곳에는 인근 초등학교 아이들의 그림으로 추정되는 204점의 타일 그림이 벽화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역의 의미와는 동떨어져 있다. 단순히 인근 초등학교 정도 연계 뿐이다. 초등학생 그림으로 작업하더라도 사전에 문화기획자가 개입해 지역민과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타일 벽화를 작업했는데 음수대와 관련 전기시설이 벽화를 가리는 등 문제가 되고 있다.

문화는 소통하면서 저절로 커나간다

문화는 도시발전의 중요한 매개체이다. 세계의 모든 도시가 문화를 이야기한다. 광주뿐만 아니라 모든 지자체들이 문화를 중요한 가치로 내걸고 있다. 이제 문화는 특정 지역의 전유물이 아니라 많은 지역에 확산되어 문화예술이 지역활성화의 가치 기준이 되는 듯하다.

광주는 어떤가. 광주가 ‘예향’이라는 명성을 유지하려면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문화예술의 가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철학자인 르페브르Henri Lefebvre는 제대로 살기 위한 진정한 도시혁명을 주장했다. 정말 우리는 도시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위정자들은 구호만 내세울 뿐 실제로 바꾸어가는 모습을 살펴보기 힘들다. 광주는 ‘문화도시’라고 하는 데 얼마나 문화도시다운 변화가 있었을까.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이 “도시에 드나들 때마다 나는 신념을 하나씩 하나씩 내다버린다”라고 한 말이 수긍이 갈 정도다. 필자는 문화도시 광주의 백년대계를 위한 꿈을 꾸고 있다. 실천방안을 이야기하고 싶다.

광주시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문화단체 책임자들은 그들대로 예산타령이나 할 뿐 이를 실천하기 위한 의지는 엿보이지 않을 때가 너무 많다. 예산보다 중요한 것이 앞으로 실천하겠다는 의지와 하나 둘씩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이다.

박삼철(2012)은 《도시예술산책》에서 넓은 도시를 건너다니는 징검다리로 ‘공공예술’을 이야기했다. 공공미술과 공공디자인을 통해 생산의 도시를 생활의 도시로, 체계중심의 도시를 사람중심의 도시로 바꿔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를 들면 윤장현 시장이 사람중심의 교통체계를 만들겠다고 했는 데 아직 실감나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 역시 개혁적인 정책변화가 단 하나라도 필요한 영역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의 사업 가운데 하나가 낙후된 산동네나 쇠락한 원도심의 도시재생사업으로 공공미술을 도입하고 있다. 문화도시의 관점에서 사람 중심의 도시를 만드는 데 공공미술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아직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없다.

2015년 12월 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했다. 광주는 문화전당 개관을 앞두고 상당히 오랫동안 광주는 충분히 ‘문화가 밥’일 정도로 창작생산자나 향유소비자들이 상황을 만들자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다. 그러나 아직도 결론은 도출하지 못했다. 지난 10년 이상을 논의했는데도 말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광호(2013)는 <문화를 통한 지역 구도심 재생 활성화 방안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구도심은 도시문화의 생성과 순환을 매개하는 원천적 가치중심의 장소이자 도시의 새로운 문화중심지로서 역할을 하게 되며 도시의 지속가능한 성장원동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구도심에 대한 생명력을 찾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3년 동안 국내외의 수많은 도시에 있는 문화예술 관련지구, 예를 들어 미술마을, 벽화마을, 창조마을, 문화마을, 공공미술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인 지역을 탐방했다. 이 지역들이 도시재생의 하나로 문화예술 또는 공공미술 등을 도입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그렇다고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민간 위주로 이루어지는 곳은 관의 간섭이 덜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에서 활성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관이 개입하는 곳은 예산과 보고, 기간이라는 ‘통제기능’ 때문에 그저 사업을 유지하는 정도로 보였다.

박태성(2012)은 《예술, 거리로 나오다》에서 구도심 또는 원도심이라 부르는 곳은 사람들에 익숙해 있거나 늘 가까이 있어 잘 느껴지지 않지만 보석과도 같은 곳이라 했다. 그러나 각 지자체는 구도심의 가치를 잘 모른 채 신도시를 조성하거나 획일적인 도시재생사업에 열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로부터 담겨온 시간의 자취는 몸과 자연스럽게 반응하면서 마음을 웃게 만든다는 진리를 터득할 필요가 있다.

정인서 기자  chkorea9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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