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꽃사랑. 삼신 할매 설화를 바탕으로 극단 민들레는 소리, 촉감, 빛을 활용하여 아이들이 보는 연극을 만들어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삶의 목표로 한다. 교육의 목표도 출세를 열망하는 것도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부를 통해 행복해질 거라 믿는 소망 때문일 것이다.

예술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일반 사람들은 선뜻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예술은 사람을 감동하게 하며, 감동은 사람의 생각에 변화를 주게 되고, 생각이 바뀐 그 사람은 세상을 바꿔가는 것이다. 사람을 바꾸는 힘이 예술 안에 있다. 예술은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사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원조를 기반으로 급변해온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세계사에 빛나는 진기록들을 세운 역사이기도 하다. 경제 성장과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세계적 위상을 확보한 대한민국은 이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성장했다.

대한민국은 지금 피로하다! 피로해!

별우리의 영유아 대상 예술 공연. 문화예술적 체험이 인간의 평생 삶을 이끌어가는 힘이 된다.

그러나 지금 대다수의 한국 국민들이 가지는 행복지수는 어떨까? 불행하게도 매우 낮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2012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약 2만 달러로 아시아 국가 중에서 5위, 전세계 34위 수준인데, 2012년 4월 UN이 발표한 ‘세계 행복 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50개 국가 중에서 56위에 머무르고 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여성 우울증 1위, 남성 돌연사 1위, 흡연율 1위의 정신적 피로도가 높은 국가이다. 한 국가의 행복감이란 결코 경제 순위나 국가 위상만으로 생성되거나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최근 들어 실감되는 사회 현상들로 드리어 나타나고 있다. 드라마 한류 공연예술 분야 ‘난타’․‘점프’․‘미소’의 관광 상품화, K-Pop 열풍 등 국내 뮤지컬 공연장에 줄을 서는 해외 관광객들을 보면서 문화의 시대라는 국제 문화적 흐름 속에서 우리가 어떤 지점에 도달해 있는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외적 현상들의 긍정적 효과만으로 우리 사회의 문화 전반을 평가할 수 없다. 또 이런 현상들이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오도 것은 아니다.

특히 가정 폭력, 학교 폭력, 성범죄, 사회 병리적 범죄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예술 치료, 치유 활동이 매우 활발해지고 있으며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이다.

넓은 의미로서 예술교육을 통한 치유와 힐링이 실험되고 그 구체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매년 전국의 초 중고등학교에 예술 강사를 파견하고 있다. 이러한 예술 교육의 효과는 10여년이 지난 후에 반드시 긍정적 효과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극단 사다리의 <달>은 아이 생애 첫 연극을 목표로 기획되었다. 소리, 동작, 이미지, 의상, 무대, 음악 언어들이 영유아 관객들의 예술적 창의성을 위해 준비되었다.

유아들도 힐링을…? 베이비 드라마를 아세요?

2010년 8월 의정부 예술의 전당과 극단 사다리가 주최하고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가 주관했던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총 6개국 30여 명의 아동극 전문가들이 참여한 심포지엄이었다.

이 행사는 좀처럼 보기 힘든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고 새로운 예술 치유의 대안을 모색해보는 자리였다. 소리의 음악성, 이야기의 문학성, 움직임, 미술적 요소가 강한 소품 등 모든 예술적 요소들을 갖추고 있는 베이비 드라마가 우리 인생의 삶의 치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제의 심포지엄이었다. 바로 우리에게는 낯선 ‘베이비 드라마 페스타’를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이었다.

국제 심포지엄은 ‘베이비 드라마, 연극으로서의 가능성과 한계’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워크숍 기조 발제자로 수잔 오스틴(Suzanne Ostene/스웨덴/연출가)과 패널로는 로베르토 프라베티(Roberto Frabetti/이탈리아/연출가), 유리코 코바야시(Yuriko Kobayashi/일본/교수), 니시다 토요코(Nishida Toyoko/일본/극작가), 시모야마 히사시(Hisashi Shimoyama), 영국 피터 윌슨(Peter Wilson/영국/연출가), 토니 그레이엄(Tony Graham/영국/예술감독), 미국 로저 베다드(Roger Bedard/미국/연극평론가) 등이 참여했다. 심포지엄과 배우 워크숍, 베이비 드라마 만들기 체험 워크숍, 그리고 초청 공연까지 진행한 바 있다.

이 국제 행사를 주최하게 되었던 계기가 된 행사는, 2008년 호주 아들레이드에서 개최되었던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세계 총회 및 축제였다. 이때 스웨덴 팀의 연구 발표가 있었는데, 수잔 오스틴이 책임 연구를 맡아 발표한 이 때의 포럼 발표는 감동 그 자체였다고 말할 수 있다. 수잔 오스틴은 자신의 실제 경험과 인터뷰 기록을 통해 아기들의 공연 인지 능력을 증명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The main thing)>이라는 작품의 공연을 사례로 거론하며 공연이 끝난 후 가진 인터뷰를 통해 아기 관객들 역시 연극의 진가를 알아보는 본능이 있다는 점을 설파했다.

필자는 이 심포지엄에서 스웨덴 연구팀의 연구 규모(의료, 임상, 심리, 사회, 과학 전반이 예술과 함께 하고 있었다)에 놀랐고 연구의 깊이와 질적 완성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72시간 동안 태아에게 연극을 경험하게 해주면서 나타나는 심리적 변화를 연구한 테마와 그 연구 결과 내용은 경이 그 자체였다. 이런 사소한 것보다 예술 치료의 미래를 향한 사회적 연구에 국가적 관심과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는 것과 참여 연구진의 진지한 학문적 태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심포지엄에 참석해 예술, 연극이 해야 할 사회적 역할과 기능에 대한 고민을 하기에 이르렀고, 그 실행의 결과로 베이비 드라마 페스타를 주최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이 국제 심포지엄이 국내 공연 단체들의 베이비 드라마에 대한 준비와 활동에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유아들에게 문화․예술적 체험이 얼마나 많은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인식의 확산과 함께 최근에 우리 연극 현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예술극. 그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유아 연극 치유 공연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엄마랑 함께 보는 아이 생애 첫 연극

극단 민들에의 ‘꽃 사랑’은 삼신 할매 설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이야기이다. 36개월 미만 아이들을 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줄거리보다 이미지 중심으로 소리, 촉감, 빛 등을 활용하여 구성되는 연극이다.

아이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아기가 함께 볼 수 있다. 아기들이 젖꼭지를 물고 기저귀를 차고 연극을 보며 관극의 주체가 되어 아이들의 눈높이와 감각에 맞춘 연극을 경험하게 된다. 엄마와 아기가 접촉하고 냄새를 맡으면서, 때로는 서로 떨어지기도 하고 다시 만나기도 하면서 서로의 깊은 관계를 확인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엄마들은 아기를 자신의 소유로 생각하지 않고 소중한 인격체로 인식하게 된다.

극단 사다리의 <달>도 주목되었던 공연이다. 아이 생애 첫 연극이 될 <달>에서도 아이 관객을 위한 소리, 동작, 이미지, 의상, 무대, 음악, 언어들이 하나로 합쳐져 공연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면서도 리듬, 속도, 다양성의 변화를 통해 특별히 영유아 관객들을 위한 지속적인 소통과 연결을 시도한다.

연극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아이와 부모, 공연 참가자 모두가 특별한 경험을 공유한다. 무엇보다 이 공연은 아이를 위함과 동시에 부모님들을 위한 공연이다.

극단 마실의 <파롱 파롱 파롱아>는 유기농을 먹이듯 유기농 놀이 문화를 즐기자는 모토로 만들어진 연극이다. 0~36개월의 유아 시기는 우리 인생에 있어서 너무도 소중한 시간. 엄마들이 소중한 아기에게 아무거나 먹일 수 없어 유기농 먹거리를 찾듯이, 이 연극은 엄마의 마음으로 만든 유기농 문화, 유기농 체험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잘 보고 잘 듣고 잘 느끼고 잘 표현하는 유아는 평생 건강한 마음과 정신의 텃밭을 마련하게 된다.

아이를 위한 연극이라 엄마들이 만들었다. 엄마라서 다른 작품이어서 엄마 예술가들이 뭉쳤다. 엄마 배우로 유명한 손혜정이 연출하고 배우, 작가, 무대 디자이너, 조명 디자이너, 극작, 작곡까지 엄마 예술가들이 똘똘 뭉쳐 만든 연극이었다. 내 아이를 위한 영혼의 밥상, 건강한 체험 놀이극을 선물한 공연이었다.

극단 즐거운 사람들의 ‘노이우리’의 교육 이념은 예술과 함께 지적, 정서적 잠재력을 일깨워주고, 인성을 함양하게 만드는데 그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서, 유아기~영아기~아동기에 걸친 교육 프로그램으로 연극을 주목하고 있다.

극단 즐거운 사람들의 ‘노이우리’는 지적, 정서적 잠재력을 일깨워주고, 인성을 향유하게 만드는 영유아기 교육 프로그램으로 연극을 주목하고 있다.

힐링 예술교육의 미래와 전망 밝다

유아(2세 미만)를 문화 예술적 환경 속에서 키우게 되면, 유아의 내면에 있는 예술성들의 싹이 트게 된다. 이 예술성을 끄집어내어 그것을 높이고 감수성을 풍부하게 하여 예술적 정서를 기르게 하는 예술 교육이다. 자발적 창조성의 싹을 트게 하며, 성인이 되어서도 문화 예술적으로 윤기 있는 생활로 이끌어감과 동시에 전인격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완성을 기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는 연극 교육이자, 힐링 예술교육이다.

타고난 예술적 적성은 환경과 교육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으며, 어릴수록 예술성에 미치는 환경과 교육의 영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아이는 5감각-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의 통로를 통해 주변의 모든 것을 소화 흡수하는 데에 집중한다. 깨어있는 매순간 세상은 아이들에게 매우 자극적인 공간이며, 아이들로 하여금 갖가지 자극에 반응을 하도록 일깨우는 것이다.

예술 치유 현장의 사례들과 한국응용예술심리연구센터(소장 김수림)의 심리 상담 및 치유 기법에 예술을 통합적으로 적용시킴으로서 예술이 가지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노력들이 현장에서 계속되고 있다. 문화 복지 시대로 향하는 지금이야말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 절실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최근 우리 사회 고위 공직자들의 부도덕성과 사회 전반의 안전 불감증, 사회공동체와 시민의식의 부재 등 총체적 문제들의 근본적 원인은 가정교육과 사회 공교육이 단절된 환경 때문이다. 이런 때 현장에서 문화예술 힐링의 체험 효과들이 검증되면서, 예술이 문화가 우리 사회에 기여해야 할 많은 역할과 기능에 대하여 매우 긍정적이며 밝은 전망을 갖게 된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이 문화예술 힐링의 시대적 조류가 유행을 따라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빠져나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대동문화 75호 [2013 3.4월호]

김병호 극단 즐거운 사람들 단장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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