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힐링(healing)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우리 사회는 지난 50여 년 간 팽창적이고 압축적인 경제 성장 및 가파른 과학의 발전이 이루어져 개인적, 가정적, 사회적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 결과 불안, 우울, 고독, 관계의 단절, 중독 그리고 자살 등 마음 건강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울러 세계보건기구(WHO)가 건강을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그리고 영적인 완전한 안녕감(well-being)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어 향후 우리 사회는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측면(treatment)에 더하여 질병 이전 단계에서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려는 과정이나 현재의 건강한 개인보다 더욱 건강한 개인으로 성장하는 치유(healing)로 그 개념이 확장되어갈 것이다.

예술 작품은 의지를 강화시킨다

예술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는 어떤 방식으로든 예술과 관련을 맺어 왔다. 거의 죽음에 임박했을 때 병원에서 반 고흐는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예술 작품은 의지를 강화시킨다. 그 결과 작품은 나의 정신적 취약함을 극복하도록 한다. 그리고 작품은 나의 정신적 취약함을 극복하도록 한다. 그리고 작품은 어느 것보다도 나를 잊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내가 오로지 예술작품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가장 훌륭한 치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주로 언어를 통해서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언어는 우리의 마음을 담아 표현하기에는 불완전하고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예술은 비언어적 의사소통 방식의 특성이 있다. 예술은 개인의 느낌이나 감정, 생각을 더 깊이 있게 파악하도록 돕는다. 슬픈 노래는 마음을 울리고, 아련한 영화는 깊이 묻어 두었던 기억들을 되살리게 한다. 예술의 기본적인 요소는 질서로, 쏟아져 들어오는 혼동된 지각에 질서를 주고, 일종의 자기를 구성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예술은 또한 적응적이고 건설적이며 미래지향적인 특성도 있다. 그리고 자발성, 창조성, 개인성 등이 예술이 지니고 있는 인간 정신의 긍정적인 자원일 것이다. 이렇게 문화예술은 우리 사회의 치유의 대안으로서 그 활용성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의학에서의 예술 작업의 4가지 중요한 기본적인 원칙은 첫째, 우리들 모두 예술가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우리의 삶의 경험을 변형시키고 창조할 수 있는 존재로 태어났다. 둘째, 예술은 실패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창조적 과정은 안전하고 보호적인 환경으로 우리 모두에게 가능한 속성이 있다. 셋째, 창조적 과정은 성과라기보다는 과정의 특성이 있다. 창조적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작업의 목표이며 작품이나, 공연 혹은 결과가 목표가 아니며, 창조적 과정은 최종적인 결과물 없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다.

우리 모두는 예술가이다

의학에서의 예술은 이후 예술 치료로 발전하여 왔다. 예술 치료는 미술, 음악, 무용(동작)에서 미술 및 음악 작업과 신체의 움직임과 표현에 대한 지식, 정신 치료, 상담 그리고 재활 기술을 통합하여 발전하여 왔다. 현재, 예술 치료는 병원의 임상적 상황 및 학교 등에서 개인적 혹은 집단적 예술 치료 세션을 통하여 진행되고 있다.

미술 치료는 1940년대에서 70년대에 서구에서 시작되었다. 초기의 미술 치료사들은 당시에 미술 치료사로 훈련받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정신건강 의학 전문의, 정신 분석가 혹은 타 정신건강 전문가 등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나움버그는 미술 치료는 어머니로서 간주되었으며, 미국 미술 치료의 초대 창립자로서 역할을 하였다. 정신 분석과 정신 의학의 경험을 토대로 프로이드, 융의 아이디어와 같이 역동 지향적 미술 치료를 제안하였다.

크레이머는 프로이드의 성격 이론 개념에서 다른 관점을 적용시켜 미술 치료 과정을 설명하였다. 그녀는 예술작업 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내적인 치료적 가능성을 강조하였으며, 예술 작업 과정 경험에서 승화라는 방어 기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크리이머의 미술 치료는 교육적 장면에서 더욱 많이 적용되어 왔다.

울만은 1961년 미국 미술치료 학회지의 전신인 <미술치료> 회보를 발간하였으며, 나움버그의 미술 정신치료(art psychotherapy)와 크레이머의 치료로서의 미술 모델을 더욱 세밀하게 정의하고 비교하였다.

퀴아트코스카는 미술 치료의 연구와 가족 미술 치료를 개척한 학자이다. 그녀는 다양한 정신과에서 경험을 토대로 가족 미술 치료를 발전시켰으며, 미술 치료를 사회적인 부분으로 발전시켰다.

음악 치료는 고유의 독립적인 학문 영역으로 발전되기 전, 오랜 시간 동안 임상 영역에서 사용되어 왔다. 정신과 병동, 종합병원 및 특수 교육 분야에서 음악이 치료 도구로 활용되고, 서서히 음악 치료가 전문 분야로 인정받게 되면서 발전하게 되었다.

1903년 에바 베셀리우수는 뉴욕시 전국 치료협회를 창립하면서 음악은 환자의 불협화적인 진동을 협화적인 진동으로 바꾸어준다라고 하면서 음악을 여러 음악으로 분류한 후 다양한 증상에 대한 특별한 음악 처방을 내렸다.

마가렛 앤더톤은 1919년 콜롬비아 대학에서 정신 장애와 신체 질환자의 재활을 위한 보조 요법으로 음악 치료 과정을 개설했다. 1926년에는 병원에서의 음악 협회를 창설하면서 의료진과 협력하여 활동하였으며, 이후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음악 치료가 함께 발전하였다.

대학에서의 미술 치료는 1919년 콜롬비아 대학에서 단일 과정의 음악 치료가 개설되어 1926년 더욱 확장되었고, 이후 최초의 대학 프로그램은 1944년 미시간 주립대학에서 시작되어, 1947년 캘리포니아의 패시픽(Pacific) 대학 등에 개설되어 이는 1950년에 창립된 음악 치료 국가 협회의 커리큘럼으로 발전하였다. 1964년에 음악 치료 잡지가 창간되었으며, 1971년에는 음악 치료 미국 협회가 창설되었으며 이후 두 협회가 합해지면서 미국 음악 치료 협회(American Music Therapy Association)로 발전하였다. 음악 치료는 정신과 병동, 재활병동 등 종합병원, 학교, 복지관 등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개인 및 집단, 가족 단위 등으로 적용되고 있다.

미술 음악 무용으로 환자의 감정을 표현하다

무용 동작 치료는 1942년 경 마리안 체이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녀는 정신과 병동에서 환자의 증상으로 인해 ‘의사소통을 위한 무용(Dance for communication)’ 세션을 진행하면서 무용 동작을 통한 자기표현, 의사소통, 집단 상호 작용을 강조하였다.

트루디 스쿱은 체계적 이론보다는 창의적 무용에 관심을 두었고, 환자들에게 새로운 동작 경험 특히 안무적 통합을 제시함으로써 환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왔는데, 이러한 방식들은 무용 동작 치료가 정신 분열병 환자들을 재교육시키는 데 사용되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마리 화이트 하우스는 대상의 자연스런 동작 표현과 이들이 치료 세션의 말기에 함께 공유하였던 상징적 내용물과 서로 연계가 있음을 인식하면서, 전문가적인 무용에 대한 욕구가 없는 사람이라도 무용 동작 치료에서 나타나는 상징성으로 인하여 내담자 자신의 생활 속에 중요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무용 동작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1965년 미국 무용 치료 학회가 설립되었다. 무용 동작 치료는 1940년대, 50년대, 60년대의 정신 역동적 정신 치료의 이론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1960년대의 정신 장애에서 신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무용 동작 치료의 임상적 실제에도 많은 변화가 오게 되었다.

예술에 깃든 체험과 달관의 미학 활용해야

오늘날 예술 치료는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발전하여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 신경정신 의학회의 분과 학회로서 시작된 1980년대의 한국 임상 예술 학회를 필두로 이후 여러 학회가 창립되었고 발전하고 있으며, 대학원 과정도 여러 대학에서 개설되어 있다. 그러나 예술이 인류 문명에 치유적이고 중요한 만큼, 예술 치료가 결코 만능적이고, 전능적이지 않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도 역시 매우 중요하다.

또한 우리 문화에 적합한 예술 치료 및 예술의 힐링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우리 민족은 이러한 끊임없이 침략을 당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끝까지 나라와 문화를 잃지 않고 끈기 있게 참고 견디며 한과 슬픔을 삭이는 5천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수많은 전쟁에 시달리는 역사적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우리 춤은 숙명 속에서 끈기와 인내를 감내하는 현실 체념과 달관의 미학(美學)을 형성하였다. 삼면이 바다이고 국토에 비해 산이 많은 지역적 특성이 있으면서도 사계절이 뚜렷한 이상적인 환경을 가진 민족이다. 그로 인해서인지 감성이 풍부하고 창의적인 민족이기도 하다.

어떤 압력에도 인내하면서 좌절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恨)으로 응고시키는 우리 민족정신이 한국 문화의 하부구조에서 자리 잡고 있는 인간관계, 혈연, 지연, 학연들이 하나 됨이 자연스러운 문화 의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따라서 문화 예술로서 힐링에는 우리 문화와 예술이 근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동문화 75호 [2013 3.4월호]

이상열 원광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webmaster@chkore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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